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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동양화과를 나왔지만 먹이라는 재료는 손이 가는 재료가 아니었다. 도저히 그걸 가지고서는 멋져 보이는 그림을 그려낼 자신이 없었다고 할까. 스스로 묻는다. 지금 다시 먹으로 그려본다고 무언가가 달라지나? 사람들이 말한다. 먹은 재료일 뿐이라고, 맞다. 그것도 다루기 아주 까다로운 재료다. 하지만 재료에는 죄가 없다. 잘못은 진부한 재료가 아니라 진부한 화가에게 있는 것이 맞다. 현대 동양화가들이 그린 그림 가운데 수묵으로 그려진 멋진 그림을 생각해 볼 때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이사이 공백도 느껴진다. 먹이라는 재료를 내게 맞는 방식으로 다루고 싶어졌다. 종이를 자르고 한 장씩 그린 후에 모아 배접을 해야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무수히 반복되는 호흡 안에서 약간의 빈틈이 생길 때 새로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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