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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앨범’에 담긴 장면들을 하나씩 그려나가기 시작하면서, 나의 눈에 띈 장면들은 집단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것들은 <운동회>와 <국민체조>, <아침조회>, 교복을 입고 열을 맞춰 찍은 <단체사진> 등이다. 이는 나에게 가장 기본적인 집단 활동과 사회적 질서를 배우고 경험하는 제도 기관인 학교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이런 행동 양식들은 어디서부터 오게 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앨범 속 장면들을 하나의 무대로 가정하고 관찰하게 되었다. 이러한 행동 양식들은 민주화가 되었지만,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과정으로서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가 남아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나는 80년대 후반 출생으로, 한국의 민주화의 과정에 있어서 그 거리가 상당히 먼 세대이다. 민주화가 되어가는 사건들을 매체나 교과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 공부했다. 당시의 상황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가 아니므로, 당시의 분위기나 상황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면 참혹한 상황을 지나간 역사로 치부해버리려는 마음이 내재해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시간으로 보면 그리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매우 가까이에 있었음을 느낀다. 이러한 간격을 내 나름대로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메워 나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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