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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는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을 기록해 놓은 매체라고 생각한다. 현재에는 과거에 진행되었던 미술사의 양식들이 마치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되어있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어떤 차트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회화는 기본적으로 평평한 바탕에 물감의 층이 발려져 있는 매체인데 이것이 어떻게 배치되고 어느 위치에 발려지느냐에 따라 구상이 되기도 하고 추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러한 지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어떠한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은 반드시 미술사의 어떤 그림과 닮아 있었다. 한 명의 작가의 감각으로 그려진 그림도 찾아본다면 미술사 양식에서 비슷한 양식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대상은 사진이었다. 사진은 아마도 가장 객관적으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매체일 것이다.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저장한다. 그렇다면 사진을 베껴 그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이미지를 회화로 옮긴다는 것은 이미지를 물질로 치환한다는 것이다. 회화는 물질로 치환되는 과정이 드러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회화의 구분은 그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느냐에 따라 양식적으로 분류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나에게는 관심이 가는 지점인데 회화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지지체, 바탕, 물감, 행위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참조하고 변용해서 그림을 작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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